격동하는 한반도 정세와 2024년 자주평화통일운동 방향과 과제
최은아(자주통일평화연대 사무처장)
1. 신냉전 갈등과 전쟁 위기가 중첩되는 한반도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냉전 해체 이후 유지되어 온 미국의 일극패권이 빠르게 약화되고 세계적인 다극화 추세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군사적 충돌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반도 역시 전쟁위기가 심화되고 있으며, 동아시아에서는 미국 주도의 신냉전 대결정책이 전면화되고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북중러와의 갈등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1) 미 신냉전 대결 정책과 윤석열 정권의 사대매국 정책
미국은 일극 패권의 약화 추세속에서 동맹국, 우호국들과 ‘격자형 군사협력체제’를 구축하며 중,러 등의 경쟁국, 북, 이란 등의 저항국가들을 압박하는 신냉전 대결정책을 펼치고 있다. 나토를 인도-태평양지역으로까지 확장하는 한편, 쿼드(미-일-호-인), 오커스(미-영-호주), IPEF(중국제외 다자프레임)를 비롯, 미일을 기본축으로 하는 미일한, 미일필리핀 군사협력, 오커스+@(한,일,뉴 등) 등 미국 주도하의 3자, 4자 군사협력구조를 구축하여 경쟁국과 지역 저항국가들을 제압하려 시도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뒷받침하에 군사대국화에 박차를 가해 오면서 마침내 ‘적기지공격능력’, ‘선제공격능력’을 갖게 되었고, 3자, 4자 군사협력을 추진하면서 무기 개발과 수출, 해외 군사력 전개도 가능하게 되었다. 2차 대전 패망 이후 다시 해외로 무장력을 진출시킬 수 있는 군사 대국이 된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미국의 패권정책을 추종하며 중국과 북한, 러시아를 향한 대결정책에 매진하고 있다. 동맹 수준의 한미일 군사협력 구축을 위해 강제동원 문제를 굴욕적으로 처리하는 한편, 우회적 경로를 통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중국 배제 반도체 공급망 구축 협력, 미국 편에서 대만 문제 관여 등 노골적인 친일친미 사대정책, 반러,반중정책을 펼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행태는 주권과 역사 정의를 심대히 훼손할 뿐 아니라 중,러와의 관계훼손을 불러오고, 미-중, 미-러 충돌의 한복판에 몸을 던져 한반도의 군사,경제위기를 이중, 삼중으로 중첩시키고 있다.
2) 한미 정부의 대북 군사압박 강화와 북의 반발
윤석열 정권은 한반도의 전쟁, 적대구조를 강화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힘에 의한 평화’ 기조를 골자로 하여,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망, 대량응징보복체계 등 선제공격을 염두에 둔 3축 체계 강화에 박차를 가해왔고, 미국의 핵전략자산 수시 전개, 한미연합군사훈련 확대 등 대북무력 시위를 전면화하고 있으며, 훈련의 내용 또한 ‘참수작전’, 지휘부 제거‘ 등 적대적인 성격을 한층 강조하고 있다. 한미핵협의그룹의 구성, 운영을 통해 미국의 핵정책에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동원하는 이른바 ‘일체형 확장억제’ 정책을 구체화하는 핵시나리오가 완성단계에 이르러 있고, 올해 8월 한미연합 ‘프리덤 실드’ 훈련에 적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한미 정부의 한반도 전쟁계획의 갱신, 그에 기초한 전쟁훈련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의 반발도 격화되고 있다. 북은 2022년부터 핵, ICBM 모라토리엄을 철회하고 극초음속 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 핵 무인 수중공격정 등 신형무기를 통해 선제공격에 대한 반격능력, 선제타격능력, 전술핵무기 탑재 능력, 미 본토 및 한반도와 아태 지역의 전략거점에 대한 타격 능력 등을 집중적으로 보여주었고, ‘핵보유국 지위’, ‘핵무기 고도화’ 내용을 헌법에 명기하고 핵사용 절차 등을 법제화하혔다. 2023년 선제타격을 중심으로 하는 한미 전쟁계획이 구체화되고 한미일 군사협력이 전면화되는 가운데, 북은 2023년 연말과 2024년 연초를 경과하면서 ‘외세 의존, 정권붕괴, 흡수통일을 지향하는 세력과는 통일논의를 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이제 “남북관계는 적대적인 두 개의 국가관계, 전쟁중인 교전국 관계로 고착” 되었다고 주장하고, 한미측이 도발해 올 경우 “대한민국을 제압, 평정, 수복” 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북은 2024년 상반기에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 3-31’형,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미사일 '화성포-16나'형 시험발사, 초대형 방사포를 동원한 핵반격 가상훈련 등 한반도의 전략거점 타격 능력을 보여주는 방식의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한반도 전면전은 물론 미국 역시 ‘상상해보지 못한 재앙과 패배’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3) 총선 이후 더욱 확대된 한반도 전쟁위기
경계해야 할 것은 전쟁, 적대구조를 강화하는 움직임과 함께 접경지역에서의 군사충돌을 의도적으로 조장하는 움직임이 전면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총선 전에 비교적 잠잠하던 대북전단 살포는 5월 들어 다시 재개되었고, 북은 이에 대한 대응조치를 선언하며 대남풍선에 오물을 달아 살포하였는데, 이는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풍선과 전단 살포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다. 대남 오물 풍선 살포가 위협이라면 대북 전단 살포 역시 문제가 됨이 자명함에도, 윤석열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시키기는커녕 오히려 ‘9.19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 뒤이어 확성기 설치 및 방송 재개, 육상과 해상 군사분계선 초 인접지역에서의 포사격 훈련 재개 등 접경지역에서 충돌을 유발하는 행동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군사분계선에서의 전단살포, 확성기 방송 등은 모두 심리전, 즉 전쟁 수행으로 간주되는 적대행위로 그동안 남북사이에 4차례에 걸친 심리전 중단 합의가 있었다. 또한 군사분야 합의를 통해 육상과 해상, 공중 완충지대에서의 사격훈련을 중단키로 한 것은 이러한 행위들이 모두 접경지역에서의 군사충돌 위험성을 높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5-6월 진행된 북한의 대남풍선, 북러 군사협력 등에 대한 대응조치를 이유로 남북경계선에서의 사격훈련 재개, 확성기 방송 개시 등 접경지역에서의 충돌을 조장하는 적대 행동을 강화하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다. 접경지역 충동을 방지하기는 커녕 충돌 위기를 높이는 조치로만 일관함으로써 사실상 의도적으로 전쟁위기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2. 자주평화통일운동의 방향과 과제
1) 전쟁반대 운동에 집중해야 한다.
오늘날 한반도의 군사충돌은 전면전으로 확전될 위험성이 매우 높은 바,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대북전단살포, 확성기 방송, 육,해상 경계선 사격 훈련 등 적대행동을 모두 중단시켜 높아가는 전쟁위기를 해소하는 데 일차적인 힘을 쏟아야 한다. ‘전쟁위기 조장하는 적대행동 중단’, ‘윤석열 정권 퇴진’ 기조 아래 7월 계속되는 접경지역의 군사위기, 8월 말로 예고된 대규모 핵전쟁연습을 반대하는 행동을 전국 곳곳에서 함께 펼쳐 나가자. 국내 시군구, 해외 주요 도시 등 전세계 곳곳에서 한반도 전쟁위기 조장 반대, 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는 평화행동을 펼치는 한편, 국회에도 대북전단금지 등 관련 법률 보완을 비롯 접경지역에서의 군사행동을 반대하는 결의안 채택 등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7.27과 8.15를 계기로 전국적인 행동을 크게 결집하여 한반도 평화를 향한 목소리를 함께 모아내자. 7월 27일 군산, 부산 백운포, 진해, 평택, 동두천 등 전국 미군기지 앞에서 진행되는 평화 행동과 8월 10일 서울에서 열리는 자주평화대회와 행진이 큰 규모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나가자
만일 윤석열 정권이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무시한 채, 전쟁 조장, 미일 추종 정책으로 정권 위기를 회피하려 계속 시도한다면, 윤석열 정권 퇴진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와 의지는 강력한 행동으로 가시화될 것이며, 각계의 활동 역시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과 연계하여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2) 한미, 한미일 전쟁동맹에 반대하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
협력해야 할 이웃나라와 적대하기를 강요하는 미국 중심의 신냉전 대결정책은 한반도의 위기를 이중, 삼중으로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의 패권 유지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뒷받침하는 한미일 군사동맹 추진은 동아시아의 군사적 갈등을 격화시키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방해고 민생위기를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미국의 패권정책에 대한 일방적인 협조와 굴종, 일본 재무장을 뒷받침하는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한 대중적 규탄, 반대 여론을 확산하는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
현안으로는 지금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주한미군 주둔비 특별협정의 폐기를 요구하는 운동도 유의미할 것이다. 세계적인 미군 감축과 철수 추세 속에서 막대한 주한미군 주둔비와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을 한국에 전가하는 ’주한미군 주둔비 특별협정‘의 문제점과 굴욕적인 한미동맹의 실체를 폭로하고, 주권과 평화로 향하는 모두의 의지를 함께 모아 대중적인 저항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면, 한미동맹에 일정한 균열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한일국교정상화 60년에 즈음하여 한일 신 관계선언 추진으로 한미일 군사동맹 완성에 쐐기를 박으려 하는 한일 정부의 움직임에도 맞서야 한다. 역사 정의와 독도 등 영토주권을 훼손하는 것에 대한 대중적 공분이 강력한 만큼, 이러한 현안들에 대한 대중적 행동을 꾸준히 전개하여,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과 동맹화 추진에 제동을 걸어 나가자.
3) 모든 실천의 성과를 자주,평화의 저변 확대, 역량 강화로 귀결시켜야 한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드러나듯 자주, 평화, 통일 의제는 대단히 민감한 이념 갈등의 영역으로 치부되고 있고, 정치권의 소극적 태도도 뚜렷하다. 이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자주와 평화, 통일의 저변을 확대하고, 역량을 강화하며, 아래로부터 여론을 형성하는 길 뿐이다.
현 한반도 위기와 향후 과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실천을 향해 마음을 모으는 핵심역량의 강화는 대중운동의 확대로 나아갈 수 있는 필수적 조건이다. 중심이 튼튼하지 않고 역량이 준비되어 있지 않을 때 대중적 운동의 확산과 전개, 지속적 발전을 이어갈 수 없다.
단체별 자주평화통일운동 역량 강화를 기본으로, 각계각층 연대, 동포 연대, 국제 연대 등을 중층적으로 도모해 나가야 하며, 변화된 여론 지형과 언론 환경, 여론 형성 메커니즘과 플랫폼의 변화를 반영한 교육, 여론화 활동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3. 맺으며
한반도 정세의 악화와 남북관계의 변화는 이 땅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성찰을 요구하였다. 기존 남북합의가 좋은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분단체제와 냉전 대결구조가 고착되고 만 데에는, 합의 이행에 소극적이었던 정부와 국회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분단과 냉전 대결 체제를 근본적으로 허물어뜨리는 활동에 집중하지 못했던 민간통일운동의 부족함 역시도 요인이 되었음을 겸허하게 성찰해야 한다.
남북공동선언의 토대 위에서, 그 실천을 위해 건설되었던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남북관계의 변화, 한반도 전쟁위기와 냉전 갈등의 심화, 3자연대 조직들의 해소 등의 현실에 직면하여, 조직과 운동의 전망을 모색하는 토론을 전국적으로, 전 조직적으로 진행하였다. 그 결과, 지난 6월 15일, 각계각층과 폭넓은 연대를 발전시켜 온 결실을 토대로 분단과 전쟁, 냉전 대결에 맞서 한반도 평화주권의 실현, 남북관계의 통일지향적 변화를 일구는 실천적인 연대조직, ’자주통일평화연대‘로 조직을 전환하고 활동의 제2막을 시작하였다.
지난 총선 시기 비례연합정당의 후보 선출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동맹과 냉전 대결, 분단 정책에 대한 저항은 여전히 ’색깔론‘ 공격의 집중적인 대상이 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데에 여러 부담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한미동맹,한미일동맹 강화,대북적대 정책과 전쟁정책들은 한국사회의 자주,민주,평화,화해협력,통일의 실현과 양립할 수 없다는 엄정한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힘을 쏟고자 한다.
정치권과 동맹세력들이 아니라, 한반도 당사자인 민의 힘으로 분단과 냉전 체제를 근저에서 허물어뜨려야 하는 이 시대적 과제는 한두 사람과 단체의 힘으로는 실현할 수 없기에, 모두가 함께 자주와 평화, 통일을 말하고, 행동해야 비로소 한 발자국씩 전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멈추고, 예속적인 한미관계, 한반도의 오랜 전쟁 체제를 끝내기 위한 행동들에 각계의 동참을 간곡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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