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7일(목) 오후 2시,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의문사 사건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진화위 의문사 간담회는 분기별로 진행하기로 했었는데, 7월에 진행하기로 했던 간담회 일정이 진화위 측 일정 조정으로 8월로 연기되어 진행되었습니다.
진화위 측 사정으로 일정이 미뤄진 만큼 조사 진척 정도나 진행상황에 대한 소개 자료라도 준비되기를 바랬으나 여전히 아무런 자료도 제공되지 않고, 진척 상황도 거의 없습니다. 매번 간담회에 마다 하는 얘기를 요약하면 "조사 진행 상황을 외부에 알려줄 수 없다", "조사하고 있으니 믿고 있어라" 정도입니다.
간담회 마다 끝나고나면 늘 공허합니다. "깜깜이 조사"에 화만 나는 심정입니다. 이런 마음이 조사기간 3년간 쌓여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간담회에서는 청문회를 요청했습니다.
진화위에서 진행하는 청문회는 규정에 따르면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어짜피 그 내용은 전달 받을 수도 없고, 그 실효성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진화위에서 언제 어떤 사건에 대해서 증인, 참고인 등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한다더라는 이야기라도 듣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10년 전 진화위를 다시 만들어서 의문사 사건조사를 해야겠다고 다짐한 과거사 문제 관련 활동가들이 의문사 사건만으로는 진화위를 다시 가동하기 어려움을 느끼고,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문제, 과거 군사정권 시기 인권탄압 사건(형제복지원, 선감학원) 등의 사건 피해자, 관련 활동가들과 함께 과거사법 개정 활동을 시작해서 겨우겨우 어렵게 조사기간 수정한 개정안을 통과시켜 3년 전에 2기 진화위가 발족되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만든 2기 진화위는 인권 침해 사건에만 집중하고, 의문사 사건과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문제 등에는 "너무 오래되서 힘들다", "1기 진화위에서 다뤄던 사건이라 나중에 해도 된다", "보상만 받으면 되는 것이니 대충하자" 등의 말들이 한다리, 두다리 걸러 흘러나오는데다 진화위 위원장마저 뉴라이트급 인사라 과거사 왜곡에만 몰두할뿐 진실에는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숨겨진 진실을 찾는 노력은 진화위 조사관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피해자와 유족, 그리고 관련 단체에서 함께 나서야 됩니다. 진화위가 국가에서 만든 기관이라는 이유로 관련 정보를 독식하거나 비밀 유지라는 이유로 진실을 찾는 과정을 보고하지 않는 것은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다시 진실을 묻거나 변형하려는 수작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법으로 정해진 대로 하다보니 할 수 없다가 아니라 법을 개정해서라도 함께 찾아가려는 노력을 해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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