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 행진 멈추려면 결국 세상을 뒤집어야 한다.
전규홍동지정신계승사업회 사무국장 안지현
전규홍동지는 내가 여러 가지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한다. 열사 투쟁 대오에 끼어 앉아있는 정도의 경험밖엔 없는 내가 민족‧민주 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 열사 영정을 품에 안고 행진하는 주체로 참여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지난 4월 전규홍동지를 범국민추모제에 봉안하고, 처음 맞는 추모제다. 범국민추모제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마음도 몸도 살짝 긴장되고 서울에 처음 가는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를 불안감에 전날 잠을 설쳤다.
전국에서 열사 영정 행진을 위해 모인 동지들의 열기가 흐린 듯하면서도 뜨거운 날씨를 넘어선다. 보신각 앞 여기저기서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소리, 서로의 안부를 묻는 걱정이 묻어나는 소리에 둘러보니 아는 얼굴들이 보인다. 젊은 시절 만나 어깨 겯고 투쟁을 외치던 동지들이 이제는 흰머리 희끗한 중년을 넘기고 있었다.
행진단의 마지막 대오였던 전규홍동지 영정을 사업회 부회장이 안고 출발하면서 보니 행진단과 함께 출발하지 못한 열사 영정이 눈에 들어왔다. 급히 사업회 회장과 함께 추가로 행진단 신청을 하고 두 분의 영정을 모시고 열사들의 삶을 생각하며 제단이 마련되어 있는 서울시청 앞까지 걸었다.
범국민추모제에 모신 열사와 희생자 한분 한분 다 알지 못한다. 그러나 열사들이 살았던 시대를 생각해보면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을지, 무엇을 위해 자신을 다그쳐 왔을지 짐작이 간다.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며 민주주의를 쟁취하고자 열사들이 치열하게 투쟁했던 삶이 지금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는 생각을 하며 숙연해지는 시간이었다.
건폭이라는 오명과 노동탄압에 맞서 건설노동자가 스스로를 태우며 부끄럽지 않은 노동자와 아빠가 되기를 꿈꾸는 오늘이 제단 위에 모신 열사들이 살았던 어제와 다르지 않다는 것에 분노가 치민다.
우리는 언제까지 열사 앞에서 아픈 눈물만 흘릴 것인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언제까지 삼키고만 있을 것인가. 정권과 자본에 맞서 싸우다가 다치고 죽는 동지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30년 전의 열사 투쟁 구호가 오늘 다르지 않은 세상을 뒤집어야 더는 열사와 희생자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한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무수한 열사 영정을 보며 오늘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치열한 투쟁과 삶을 선택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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