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6일(수) 오후 2시, 진실화해위원회 앞에서 의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아홉번째 집회를 가졌습니다.
현재 매월 열리는 의문사 진상규명 촉구 집회는 의문사 사건과 군의문사 사건에 대해 조사계획서를 요구하고, 조사 진행 과정을 유가족과 관련 추모사업회에 알려 줄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국가폭력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20년 12월 10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 2기가 출범한 후, 2021년 5월 27일 조사개시를 시작으로 한국전쟁 전후 시기 민간인 학살, 국가폭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추모연대 등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해 온 단체들은 2021년 초 미완으로 남아있는 의문사 사건 중 23개 사건을 위원회에 진정 접수하였습니다. 사건 중에는 독재 및 권위주의 정권의 유지를 위해 동원되었던, 안기부(중앙정보부), 보안사(기무사, 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경찰 등이 자행한 의문사 사건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날 집회 사회를 맡아서 진행하다보니 사진 찍을 틈이 없었는데요. 그래도 몇장 찍었네요. 먼저 여는 말에는 김갑수 추모연대 진상규명특별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형숙 진상규명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이 의문사 진상규명 투쟁 과정에 대한 경과보고를 했습니다. 이어서 투쟁발언과 연대사 발언이 있었습니다.
연대사 발언 중에는 형제복지원 같은 시설 중에 하나인 영화숙재생원 사건과 관련하여 대책활동을 하고 있는 손석주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가 연대사 발언이 있었습니다. 영화숙재생원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3월에 TV에 보도가 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국가폭력과 국가 기관의 비호 하에 벌어진 수많은 인권침해 사건들이 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고, 필요하다면 청문회도 진행하여야합니다.
<결의문>
진실·화해위원회는 ‘프락치 강요 공작’ 의문사 진상규명에 적극 나서라
한국은 일제강점기 식민지 지배의 역사를 거쳐, 한국전쟁, 독재정권과 권위주의 체제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식민지배 청산과 국가폭력 청산의 역사적 과제가 남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과제를 청산하기 위해 우리는 포괄적 과거청산을 요구했고, 이 결과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가 출범했다.
2020년 12월 10일 출범한 2기 진화위에는 24건 의문사가 진정되었다. 의문사는 독재 및 권위주의 정권이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동원되었던, 안기부(중앙정보부), 보안사(기무사, 현 방첩사령부), 경찰 등 국가기관이 자행한 국가폭력에 의한 죽음이 밝혀지지 않은 사건들이다.
오늘 의문사 진상규명 촉구 9차 집회를 통해 우리는 과거 ‘국민의 안전’이 아닌 ‘정권의 안전’을 위해 공안기구들이 자행한 소위 ‘프락치 강요 공작’ 과정에서 사망한 의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고자 한다.
프락치 공작은 경찰, 안기부, 보안사 등 공안기관 전반을 통해 제도적으로 시행되었다. 프락치 공작은 의도적으로 내, 외부 정보원을 활용하여 좁게는 저항세력 단체를 와해시킬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었고, 넓게는 국민을 감시하고 정치적인 사건을 조작할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공안기관 요원들은 자신의 특진을 위해 민주화운동 세력 내에 프락치를 심고 활용했다. 군부정권에서 가장 저항이 컸던 학생운동 세력에 대한 프락치 공작은 수배자 검거, 학생운동 억압을 목적으로 학생운동 이후 군 복무까지 이어졌다. 1990년 초 학생중앙군사훈련학교가 각 대학의 ROTC생도들에게 프락치 활동을 지시한 ‘학원 안정 지원방안’이라는 문서는 프락치 공작이 얼마나 오랫동안 다양하게 지속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비윤리적이고 반사회적인 프락치 공작은 의문사 사건 전반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학생운동과 관련되어 강제징집된 녹화·선도공작 관련 군 의문사는 프락치 강요 공작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이다. 정보수집과 내사 활동을 위한 ‘망원’으로 군에 강제 징집된 학생운동가들이 이용되었다. 또한, 이들은 직접적 프락치 행위를 강요받기도 했다. 한희철⸱한영현⸱정성희⸱이윤성⸱김두황⸱김용권⸱최우혁 의문사 사건은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권위주의 정권에서도 프락치 강요 공작은 지속되었다. 문승필 의문사 사건은 1992년 프락치 강요 공작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1990년 전남대에 입학한 문승필은 1990년 6월 그레그 체포결사대 미문화원 진격투쟁 과정에서 연행된 후 훈방되었고, 1991년 6월 15일 노태우 정권 퇴진 및 민주정부 수립을 위한 국민대회 도중 연행 구속되어 출소하였다. 출소 이후 1991년 11월경부터 경찰은 문승필에게 프락치 제의를 하였고 전남대 학생처 직원은 문승필에 대한 동향 보고를 하였다. 경찰 정보보고 전남대학원장 회의록 등에는 문승필의 활동과 행적이 기록되어 있다. 특히, 함께 구속되었던 동료들도 같은 시기 프락치 제의를 지속적으로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프락치 강요 공작 과정에서 문승필은 1992년 10월 14일 동료들과 헤어진 후 철길에서 의문사로 발견되었다.
프락치 강요 공작은 협박과 고문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항상 미행과 감시의 위협을 받고 개인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당하면서 인간의 정신은 철저히 파괴당한다. 공안기관의 프락치 강요 공작은 개인의 양심을 저비리게 하고 죄책감, 굴욕감, 패배감을 갖게 함으로서 정상적인 인간 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만든다. 프락치 강요 공작은 동료를 밀고하라는 압력이고 공안 기관에 의한 직접적 국가폭력이다. 프락치 강요 공작 과정에서 희생된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해 진화위는 조사기관으로서의 본분을 다해주길 바란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진화위는 문승필 등 프락치 강요 공작 과정에서 의문사한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라!
-. 녹화·선도공작은 프락치 강요 공작이다. 한희철⸱이윤성⸱김두황⸱한영현⸱정성희⸱김용권⸱최우혁 의문사 사건 철저히 조사하라!
2023년 4월 26일
의문사 진상규명 촉구 9차 집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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