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1일(화)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유가협, 민주유공자법 추진단은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 유가협 부모님 단식농성 돌입식과 기자회견(이하 돌입식)을 가졌습니다.
이날 돌입식은 하루 종일 오락가락하는 비줄기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오전 10시 앰프와 천막 관련 물품을 옮기려는 중에 국회사무처의 제지에 막혀 돌입식 준비를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10시 30분부터는 간호사법 통과를 위한 문화제가 시작됐습니다.
결국 11시 30분쯤 되어서야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돌입식 진행 중에는 비가 잠시 그치고 마지막 기자회견문 낭독할 때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날 돌입식에서는 “독재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역사 앞에 당당하고 후대에게 떳떳한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민주유공자법이 반드시 만들어져 민주화를 앞당긴 민주유공자들을 기리고 예우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각계 단체 발언 중 이덕우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이재명 대표가 당론으로 결정하면 부모님들이 지금이라도 단식을 중단할 수 있고, 제가 부모님들께 따뜻한 추어탕을 대접하겠다"고 말하면서 민주당의 결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돌입식 발언 순서 중 정춘영 동지(강민호·박태순추모사업회)의 편지 낭독은 돌입식 장을 울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주변에 있던 경찰들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돌입식 후에 천막을 치고자 차에서 천막을 내릴 때부터 여기 천막 치면 안된다고 하고, 천막 칠 때도 안된다고 오기는 하는데, 막상 말로만 안된다고 하고, 구청직원도 구경만 하고 있다가 천막이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출 때서야 계고장 붙이고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렇게 살짝 실랑이 벌이는 모양새만 하고 경찰도 빠지고, 구청 직원도 가고, 국회사무처에서 돌아가고, 천막은 완성되었습니다.
천막 안에 스티로폼을 깔고, 장판 깔고, 아직은 밤에 춥다고 난로도 가져왔습니다. 그렇게 구색을 갖추고 나니 오후 4시가 되었습니다.
봄이라고는 하지만 여의도 국회 앞에 비바람이 거센 밤을 지나가긴에 많이 춥습니다.
봄은 왔지만 봄이 아닙니다. 유가협 부모님들의 계절은 자식을 떠나보낸 그 때의 겨울입니다.
[편지글 전문]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언제 왜 죽임을 당했는지도 모른채 당신들의 자식들은 바다에서 건져 올려 졌고, 동굴에 버려진 변사체로 발견되었고, 총알에 얼굴조차 없어진 채로 부모와 마주해야 했습니다.
고문이라 했습니다. 구타였다고 했습니다. 거꾸로 매달았다고 했습니다. 물을 먹였다고 했습니다. 곤봉이었다고, 쇠파이프였다고, 최루탄이었다고 했습니다. 투신이라고, 분신이라고, 할복이라고 했습니다. 또 실족사라 했고, 의문사라 했습니다.
당신들의 자식들은 이렇게 부모의 가슴에 못을 박고 떠났습니다. 그런 당신들이 모여 자식들의 죽임 밝히기 위해 투쟁하셨고, 또 자식들이 못다 한 민주화의 가시 면류관을 쓰고 길거리 위에서 한평생을 투쟁하셨습니다.
그러는 동안 당신들은 늙으셨고 병이 들었습니다. 당신들의 진정한 선배였던 이소선 어머님은 전태일 열사 곁으로 가셨고, 또 박종철 열사 아버님이 가셨습니다. 작년에는 이 곳에 같이 서계셨던 이한열 열사, 배은심 어머님이 가셨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너무 많아 당신들의 집, 한울삶이 텅텅 비었습니다.
그동안 당신들이 걸었던 그 길이 유가협의 발걸음이 되었고, 그 발걸음이 이 땅 대한민국의 역사가 되었습니다.
당신들은 이제 자식들의 명예를 찾기 위해 “민주유공자 법” 쟁취의 길로 나섰습니다.
국민들에게 서명을 받았고, 국회 앞 일인 시위를 하였고, 길거리 위에 천막을 치고 노숙을 하셨습니다. 또 국민의 힘, 민주당 당사 앞 집회를 하셨습니다. 국민의 힘은 ‘운동권 세습법안’이다 거짓 선동 하였고, 민주당은 ‘기다리라’ 하였습니다.
이제 당신들은 마지막 남은 길을 가시겠다고 하십니다.
자식들의 명예를 찾기 위해, 자식들의 죽음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 민주 유공자 법 쟁취를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투쟁하시겠다고 하십니다.
민주유공자법이 제정되는 그 날까지...
한분이 남는 그 순간 까지도 그 길을 멈추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아직도 두 눈에 먼저 간 자식의 얼굴이 선해 멈출 수 없다고 하십니다.
저희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아버지...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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